페깅 매커니즘의 구조 2: 담보형 vs. 델타 뉴트럴 헷지형
기술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암호화폐 담보로 페깅을 뒷받침하는 담보형 스테이블코인과, 시장 변동성을 중화하는 델타 뉴트럴 전략의 구조를 비교 분석합니다.
암호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 (Crypto-backed Stablecoin)
암호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이나 회사 같은 중앙 기관 없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디지털 돈을 만든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스마트 컨트랙트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디지털 계약서로, 사람의 개입 없이 약속을 자동으로 실행한다. 예를 들어, “내가 10달러를 빌려주면, 1주일 뒤 11달러를 돌려줘”라는 계약을 코드로 만들어 놓으면 알아서 실행된다. 이는 테더(USDT) 같은 중앙 발행사가 하는 역할을 블록체인에서 대신하는 셈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관리, 그리고 필요시 담보의 청산까지 투명하게 처리하며, 이 모든 과정은 탈중앙화된 자율 조직(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가 규칙을 정하고 운영한다. DAO는 커뮤니티가 함께 투표로 시스템을 관리하는 조직으로, 마치 주민들이 마을 회의를 열어 규칙을 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탈중앙화 구조 덕분에 많은 사용자가 암호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한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사용자는 이더리움(ETH) 같은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긴다. 이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암호화폐 가격은 오르내리므로, 빌리는 돈보다 더 많은 가치를 담보로 맡겨야 한다. 이를 과잉 담보 (Overcollateralization) 라고 한다. 예를 들어, 100달러짜리 스테이블코인을 받으려면 150달러어치 암호화폐를 맡겨야 할 수 있다.
과잉 담보는 가격 하락 위험을 줄이지만, 담보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청산’이 작동한다. 청산은 스마트 컨트랙트가 자동으로 담보를 팔아 돈을 회수하는 과정으로, 집값이 급락하면 은행이 집을 팔아 대출금을 돌려받는 것과 같다. 청산은 시장이 흔들려도 스테이블코인이 1달러 가치를 지키도록 보호하는 핵심 장치이다. 청산 방식은 다양하다. 담보를 경매로 팔거나, 미리 준비된 자금 풀에서 즉시 처리하는 방법이 있다.
USDS(구 DAI): 탈중앙화의 선봉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MakerDAO가 2017년에 출시한 DAI다. 이후 2024년, 거버넌스 구조 개편과 함께 USDS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되었다.
창립자인 루네 크리스텐센(Rune Christensen)은 탈중앙화된 디지털 통화를 만들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더리움을 담보로 맡기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누구나 담보를 맡기고 자율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출시 초기에는이더리움 하나만을 담보 자산으로 인정했지만, 2019년 Multi-Collateral DAI (MCD)로 업그레이드 되면서USDC과 같은 다른 스테이블코인이나, 비트코인, 그리고 실물 자산 기반의 토큰 (RWA, Real-world Asset) 등 다양한 자산을 담보로 받기 시작했다. 이는 집 담보 대출에서 집뿐 아니라 차나 금도 담보로 인정받는 것과 비슷하다. 이 구조의 변화는 하나의 이상론적 실험이 현실적인 리스크 분산의 필요에 반영한 결과였다.
USDS의 성장에는 DeFi 생태계의 확장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DeFi와 거의 같은 시기에 등장한 USDS는 대출 플랫폼, 탈중앙화 거래소, 이자 농사 등 다양한 프로토콜의 기본 통화로 채택되며 탈중앙화 금융 시스템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잡았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USDS를 담보로 맡기고 다른 자산을 빌리거나, 탈중앙화 거래소의 유동성 풀에 예치하고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존 은행 시스템에서 예금에 이자를 받는 구조와 유사하지만, 더 높은 수익률과 투명한 구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용자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2025년 기준, USDS의 시가총액은 약 55억 달러에 달하며, 탈중앙화 금융에서 가장 신뢰받는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성공은 단순한 기술적 우수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커뮤니티 주도의 거버넌스, 투명한 담보 관리, 그리고 극심한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페깅 유지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USDS는 단지 '코드를 신뢰하는 화폐'가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규칙을 만들고 지켜가는 하나의 금융 실험이자 탈중앙화 철학의 살아있는 사례다.
델타-뉴트럴 전략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
최근 급부상 중인 델타-뉴트럴 기반(Delta-neutral) 모델도 있다. 이 방식은 모델은 전통적인 담보 구조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보여준다. 시장의 변동성을 회피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정면으로 활용해 가격 안정성을 달성하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담보 자산으로 이더리움(ETH)을 보유하면서, 동시에 선물 시장에서는 ETH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숏 포지션을 취한다. 이로 인해 ETH 가격이 상승하면 담보 자산의 가치가 오르지만, 숏 포지션에서 손해가 발생하고, 반대로 ETH가 하락하면 담보 자산의 손실을 숏 포지션의 이익이 상쇄하는 식이다. 이렇게 양방향의 가격 움직임을 균형 맞추는 구조가 바로 '델타(Δ)를 0으로 만든다'는 의미의 델타-뉴트럴 전략이다.
이 모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금융공학적 사고에 기반한 설계다. 디지털 자산의 급격한 가격 변동조차도 설계 가능한 위험 요소로 환원하고, 이를 통제 가능한 수익 메커니즘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자산 가격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새로운 철학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모델을 대중화시킨 대표 사례는 2024년 초 등장한 Ethena의 USDe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인물은 전 헤지펀드 출신으로 파생상품 시장에 정통한 가이 영(Guy Young)이다. Ethena는 stETH(이더리움 스테이킹 파생 토큰)와 같은 고정 수익 자산을 담보로 삼고, 동시에 선물 시장에서 숏 포지션을 취해 델타를 중립화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조는 펀딩비(선물 거래의 수수료 수익)와 스테이킹 보상이라는 두 가지 수익원을 만들어내며, 이를 sUSDe라는 파생된 토큰 보유자에게 수익 배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Ethena의 성공은 외부 인프라와의 전략적 통합에서도 비롯되었다. 특히 Pendle과의 통합은 Ethena의 수익 구조를 정교하게 만들었다. Pendle은 미래에 받을 이자나 보상을 '수익 토큰(Yield Token)'이라는 형태로 쪼개어 현재 시점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Ethena는 펀딩비나 스테이킹 리워드를 분리해 각각의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유동화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안정적인 수익 확보는 물론 헤지 전략까지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
EigenLayer와의 연계도 핵심적이다. EigenLayer는 이더리움의 기존 검증자 노드가 예치한 자산을 다시 활용(re-staking)하여 새로운 프로토콜의 보안으로 사용될 수 있게 하는 인프라다. Ethena는 이를 통해 기존 stETH 담보에 추가적인 신뢰성과 수익성을 부여했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한 자산을 두 번 스테이킹함으로써'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자산을 맡기고 빌리는 구조를 넘어, 온체인 자산의 잠재 가치를 최대한 추출하려는 최신의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자산을 맡기고 빌리는 구조가 아니라, 자산의 '시간적 가치'까지 추출해내는 이 설계는 Ethena를 한층 진보된 금융 실험으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구조적 혁신은 시장에서도 빠르게 반응을 얻었다. 출시 후 단 2개월 만에 예치 자산(TVL)이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비트코인 ETF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한 디지털 달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의 열광은 언제나 지속되지 않는다. 2024년 중반, 파생시장에서 펀딩비가 급격히 역전되며 Ethena의 수익 구조가 잠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이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thena는 단순한 위기 극복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파생상품과 온체인의 결합, 그리고 정교한 수익 설계는 스테이블코인이 담보나 알고리즘을 넘어서 '금융 기법'과 '시장의 효율'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이 되었다. 델타-뉴트럴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자산 유지 수단이 아니라, 시장과의 정면 승부를 통해 '설계된 안정성'을 구현하려는 가장 진화된 형태라 할 수 있다.
다음에서 계속됩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과 실물 자산 기반의 RWA형 스테이블 코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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